고종명 :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권리

마지막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가 살던 집에서
응급실에서 가족도 못 보고 임종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23.06.07 23:12
  • 수정 2023.06.0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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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고종명(考終命)은 사람에게 오복 중 하나라고 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가족 중 한 명이 죽음에 이르면 집으로 관을 들여오고 친인척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망자를 기렸다. 집이 아닌 객에서 죽음을 맞이해도 우리는 망자를 기어코 집으로 모셔왔다.

아파트문화가 생활주거환경 부분에서는 대단한 변화를 가져오고 전체적인 주거환경 수준을 높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아파트 같은 집단주거환경은 망자를 위한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갔다. 여기에 한국에서는 특이하게도 장례업체가 방송광고까지 하며 보험상품까지 판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인간의 죽음을 기억하며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장례업체에 의해 상술적인 품목으로 변질된 것이다.

종묘
종묘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쓴 지난 3년 동안은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가족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망자는 쓸쓸하게 밀폐된 병상에서 혼자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생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그리운 가족들을 못 보고 의사 또는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 심폐 소생하는 모습을 간직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이러한 장면을 두고 우리는 ‘인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종명(考終命), 우리는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인간다움을 되찾을 수 있는 장례문화가 필요하다. 예전에 한국에서는 가족 중 망자가 발생하면, 동네 장의사에게 연락하고, 장의사는 조문을 알리는 등부터 시작해 그 집안의 장례 대부분을 맡아서 지도했으며, 동네 사람들은 모두 한 가족처럼 장례를 도왔다.

현대인의 삶에서 예전과 같은 장례문화를 지킬 수는 없겠지만, 임종을 앞둔 상황에서 장례지도사가 개입해 임종을 앞둔 환자를 집으로 모시고, 모든 장례준비를 지도하고, 담당의사는 사망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또는 요양원이나 병원에서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가족들과 함께 세상을 이별할 수 있도록 최소한 5평 정도의 병상을 마련하고, 가족들과 친지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각자의 종교에 따라 편안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인간다움’을 위해 최소한 모든 사람에게 ‘고종명(考終命)’을 지킬 수 있는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집단거주지역인 아파트에서도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인간의 원초적인 요소다. 누구나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 아파트값 하락을 걱정하는 것 때문에 아파트에서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은 인간이 주최가 아닌, 아파트가 우리 삶의 주최가된 역전현상이다.

인간은 존엄하다고 말만하지 말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최소한의 삶의 마지막 방식인 고종명(考終命)을 지킬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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