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시내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나요?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은 위험하다
자전거는 외곽에 만들어진 자전거전용도로에서만 이용하라!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23.06.0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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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는 곳을 생각하면 대부분 유럽을 먼저 떠올리게된다. 그중에서도 독일은 자전거도로가 매우 잘 되어 있는 곳이다.

내가 독일에서 자전거를 타본 때는 1994년도 여름이었다. 라인강을 따라 여름방학 때 독일을 여행하고 있었는데, 뮌스터에서 자전거를 타고 시내 곳곳을 다녔다.

독일의 자전거도로, 자전거로 아무 방해없이 시내 모든 곳을 다닐 수 있다.
독일의 자전거도로, 자전거로 아무 방해없이 시내 모든 곳을 다닐 수 있다.
독일의 자전거도로
독일의 자전거도로

독일에서 자전거도로의 가장 큰 특징은 끊김 없이 자전거를 타고 시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특징이다. 한국처럼 탁상행정의 표본으로 인도의 한 면적을 희생시켜 자전거도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차가 다니는 차도와 동일한 선상에서 자전거도로를 만든 것이다. 굳이 희생을 강요했다면, 인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차도를 줄이는 선택을 했다고 봐야 한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지구에 조성된 자전거도로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수원시 장안구 정자지구에 조성된 자전거도로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한국사회에도 어느날 갑자기 자전거도로가 유행을 했다. 지자체마다 급하게 자전거도로를 조성했다. 국가 단위의 합의와 규정에 따른 자전거도로 조성이 아니다 보니 지자체마다 자전거도로는 제각각이다.

급하게 조성된 자전거도로는 종종 언론과 방송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자전거도로와 인도는 가로수와 함께 세워져 있는 전봇대에 자리를 내주거나 버스정류장 또는 각종 시설물에 의해 점령당하거나 도로변 상점에서 내놓은 물건들로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자전거도로를 막고 있는 시설물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자전거도로를 막고 있는 시설물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통상적으로 자전거도로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서는 차도와 동일한 포장으로 차도 우측에 바로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차도와 자전거도로를 확실히 구분하는 가로수나 안전대를 설치해야 한다. 인도는 자전거도로 우측에 있어야 하는데, 자전거도로와 인도는 높이도 달라야 하고, 자전거도로와 인도는 분명히 분리되어야 한다.

즉, 좌측에서 우측으로 도로는 ‘차도→분리대→자전거도로→분리대→인도’ 순서로 조성되어야 한다. 차도에서 운행하는 차량들이 자전거도로에 침범할 수 없어야 하고, 마찬가지로 자전거가 인도로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지구를 걷다보면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반대로 조성되어 있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수원시 장안구 정자지구를 걷다보면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반대로 조성되어 있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오늘은 수원 정자지구를 걸었다. 지난번 강원도 춘천시나 경기도 군포시를 걸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규격화된 자전거도로는 없었다. 그때그때 제각각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걷다보면 자전거도로가 인도 우측에 있고, 인도는 상대적으로 좁아서 보행자들이 불편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금 걷다가 길을 건너면 다시 자전거도로가 좁게 차도 우측에 있고, 인도는 넓게 자전거도로 우측에 있었다. 종종 인도와 자전거도로는 시설물이나 상점에서 내놓은 물건이나 오토바이, 방치된 자전거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다.

자전거도로는 종종 삼점에서 내놓은 물건이나 자동차, 오토바이에 의해 막혀 있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자전거도로는 종종 삼점에서 내놓은 물건이나 자동차, 오토바이에 의해 막혀 있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자전거도로와 인도는 종종 버스정류장이란 장애물도 만난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자전거도로와 인도는 종종 버스정류장이란 장애물도 만난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무엇보다 한국의 자전거도로는 중간중간에 끊겨 있다는 문제다. 자전거를 타고 멈추지 않고 시내 전체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조금 가면 멈춰서 신호를 기다려야 하고, 횡단보도 앞에서 자전거도로는 어김없이 끊겨 있다.

한국에서 자전거를 편하게, 그리고 길게 타려면 한강변이나 지자체마다 조성해 놓은 외곽의 자전거전용도로 밖에 없다. 즉, 자전거를 실생활에서 자동차 대신 이용하는 것보다 주말에 레저생활로 특정 장소에서만 이용하라고 강요하는 상황이 한국의 자전거도로다.

아침 출근시간이나 저녁 퇴근시간에 자전거로 이동한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을 해야 한다. 인도와 차도의 중간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자전거를 이용해야 하며, 때로는 인도로 뛰어들거나 때로는 과감하게 차도로 뛰어들어야 한다.

이런 환경의 자전거도로는 차도를 운행하는 자동차도 힘들게 만들고, 인도에서 보행하는 사람들도 위험에 빠뜨린다.

대한민국은 지금이라도 전국에 표준화된 ‘차도-자전거도로-인도’를 규격화하고, 자동차나 자전거나 사람이 안전하게 보행하고 운행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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