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다 태운다

윤 대통령, 민간단체 보조금 5000억 깎는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것은 전재산을 없애는 어리석은 행위다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23.06.05 10:21
  • 수정 2023.06.0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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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우리 옛말에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있다. 보통 생각하기를 ‘초가삼간’이라면 ‘99칸’ 궁궐 같은 집과 비교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상징으로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초가삼간은 매우 협소한 주택이 아니다. 방이 3개는 나오는 그런 집이 초가삼간이다.

그러므로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을 의미한다. 사람을 괴롭히는 한여름철 모기나 빈대나 벌레들이 귀찮은 존재는 맞지만, 이것을 없앤다고 방3개가 있는 초가삼간을 태우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초가삼간, 초가삼간은 매우 협소하고 작은 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초가삼간, 초가삼간은 매우 협소하고 작은 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에 ‘나랏돈은 공짜다. 먼저 빼서 쓰는 사람이 임자다’란 말이 통용되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공무원들이 좋아하는 명분과 기획서를 잘 작성해서 제출하면서 정부 재정과 지자체 재정을 잘 받아가는 단체들이 있다.

분명 민간단체 보조금에 대해서는 개혁되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규모가 큰 시민사회단체부터 지자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중 일명 보조금을 잘 받아가는 시민사회단체가 보조금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년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1조1천억 원 중 314억 원이 부정 사용됐다고 발표하며, 내년도 비영리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예산을 5000억 원 줄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이 밝힌 자료에는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된 정부 보조금 중 감사가 이뤄진 금액은 6조8천억 원이며, 이 가운데 1조1천억 규모 사업에서 4일 현재까지 밝혀진 부정사용금액은 314억 원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권은 국무조정실이 중심이 되어 지난 1월부터 3천만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민간단체 1만2천여 개를 조사해왔으며, 4일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횡령, 리베이트 등 사안이 심각한 86건은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하고, 목적 외 사용이나 내부거래 등 300여건은 감사원에 추가 감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대적인 민간단체 보조금을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히며, 내년도 보조금을 5000억 원 삭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2022년 민간단체 보조금 총액 5조4446억 원의 9.2%에 해당하는 예산이다. 이는 문재인정부 5년 동안 늘어난 보조금 1조7천억의 약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개혁이란 명분으로 민주노총에 초점을 겨냥한 압박을 시작했다. 이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주장해온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 중 첫 번째인 노동에 해당한다.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시민사회단체를 필요로한다.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은 국회와 감사원이 맡아야 하며, 시민사회단체는 국회와 감사원이 적극적으로 행정부 감시를 하도록 만드는 동력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 시스템은 양원제가 기본인 국회는 단원제로 고착되어 있고, 국회 산하 독립기구가 되어야 하는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기구가 되어 행정부를 감사한다고 되어 있다. 더욱이 거대 시민사회단체들은 편향된 시각으로 특정 정치세력만 옹호하거나 단체의 조직강화와 재정확충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도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의 개혁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윤석열 정권의 개선책이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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