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재개발, 토지강제수용, 그리고 고립된 섬

아파트 건축 때문에 강제로 수용된 집과 땅
출입구도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고 파괴된 집은 그대로 방치

  • Editor. 김재봉 선임기자
  • 입력 2020.01.20 10:56
  • 수정 2020.01.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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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서울특별시 강동구 천호3동 재개발 지역의 모습이다. 고립된 섬처럼 남아 있는 구옥들 중심으로 우측에는 태영아파트가 들어섰고, 앞에는 현대프라자, 그리고 주변에는 15층 이상의 고층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강동구 재개발로 파괴된 오모씨의 집, 길 건너편에 태영아파트가 건축됐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강동구 재개발로 파괴된 오모씨의 집, 길 건너편에 태영아파트가 건축됐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가장 큰 문제는 태영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발생했다. 10미터 도로가 개설되어야 하는데, 오모씨의 집 약16평 정도가 개설되어야 하는 도로에 포함됐다. 개설된 도로와는 평행이 아닌, 약간 비스듬하게 위치한 오모씨의 집은 재개발 과정에서 대각선으로 약 1/3이상이 강제적으로 짤려 나갔다고 한다.

재개발되고 있는 강동구 천호3동에 살고 있는 오모씨의 말에 따르면 “도로 개설을 위해 처음에는 약 2.5평이 수용될 것이라고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16평 정도가 수용되어 거의 절반 가까운 토지와 집이 잘려 나갔다”라고 했다.

파괴된 집에 거주 중인 오모씨는 약 10cm 공간의 축대를 따라 굵은 쇠 막대를 잡고 출입하고 있었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파괴된 집에 거주 중인 오모씨는 약 10cm 공간의 축대를 따라 굵은 쇠 막대를 잡고 출입하고 있었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또한 태영아파트를 건축하면서 도로 방향으로 출입구를 만들어 준다고 했지만, 높은 축대만 쌓아 놓아 노령의 오모씨는 약 10cm 공간밖에 없는 축대를 따라 외부로 출입하고 있었다.

반대방향에 있는 출입문에도 좁고 위험했다. 재개발 때문에 이미 사람이 떠나 폐허로 남아 있는 집들이 있었고, 캄캄한 밤에는 우범지대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오모씨는 아파트 건설에 따른 강제적인 수용에 반대해 강동구청을 여러 번 찾아갔다고 한다. 고건 서울시장 재직시절부터 시작된 오모씨와 강동구청의 싸움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흰 트럭이 세워진 도로를 조금 넘어서까지 오모씨의 집이 있었다. 이는 지적도와 항공사진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흰 트럭이 세워진 도로를 조금 넘어서까지 오모씨의 집이 있었다. 이는 지적도와 항공사진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오모씨가 거주하고 있는 오래된 구옥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도시 일용직을 대상으로 월세로 방을 임대했던 것도 오래전부터 못하고 있고, 오모씨의 집과 그 주변만 재개발을 막고 있어서 예전에 같이 살던 이웃들처럼 재건축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오모씨는 “내 땅, 내 집에서 살고 싶은데, 왜 아파트 건축 때문에 내 집에 파괴되고 땅을 빼앗겨야 합니까? 여기를 떠나 임대아파트 하나 준다는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대편 출입로가 있는 모습, 버려진 집과 계속 파괴되고 있는 집들이 있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반대편 출입로가 있는 모습, 버려진 집과 계속 파괴되고 있는 집들이 있다. <사진 김재봉 선임기자>

현재 한국사회 도심 재개발 및 재건축은 대부분 단독주택 또는 다세대 주택을 없애고 아파트를 건축하는 것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마을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한국 전통의 마을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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