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해야 하나?

  • Editor. 김재봉 기자
  • 입력 2015.10.10 21:44
  • 수정 2022.08.3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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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스 김재봉 선임기자
더뉴스 김재봉 선임기자
[더뉴스=김재봉 칼럼]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청와대에서 시작해 여당이 돕고 언론이 흥을 돋우니,...
뉴스전문 채널과 각 방송과 언론에서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그 많은 민간 출판사들이 발행하는 역사교과서를 6명의 심의위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살펴볼 수 없고, 심의를 하는 비용조차도 출판사에서 지원하는 마당에 국사교과서가 시장논리에 휘둘려 오류가 있어도 바로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에서 내세우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주요 내용은 “박 대통령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논란 및 5.16 군사구데타와 장기독재에 대한 명예를 회복하려고 한다. 친일파를 등에 업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국부로 숭앙하려고 한다. 왜곡된 일제식민지하의 조국 근대화론으로 보수기득권들이 정권을 장기 집권하려고 한다.” 등 수 많은 이유들을 나열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보수기득권층에서는 “일부 좌파 집필자들이 출판사를 옮겨 다니며 역사교과서를 좌 편향시키고 있다. 한국 근대화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너무 많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나라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폄하하고 있다.” 등등의 이유를 들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해 올바른 내용으로 통일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쪽의 이야기를 분리시켜놓고 한쪽만 듣는다면 양쪽 다 충분한 타당성을 갖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심지어 영화 국제시장을 놓고 애국심만 강조했던 박 대통령처럼 역사의 한 조각만 놓고 특정 스펙트럼으로 본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은 대한민국을 세계 정상권으로 우뚝 세운 매우 훌륭한 정책이었으며 국민의식 개혁 운동이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한국의 역사교육은 늘 고대사와 근현대사에 어려움을 격어 왔다. 고대사는 침략을 했던 한나라와 당나라에 의해 고조선, 고구려, 백제 등의 역사책이 대부분 소실되어 중국에 남아 있는 고대사와 일본서기 및 고사기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고, 고려시대 신라계인 김부식에 의해 편찬된 삼국사기를 의존할 수밖에 없어 기록의 빈공간이 많아 정확한 추론이 불가능한 것이 많다.
 
그 결과 한나라 이전부터 존재했던 고조선 기록은 현재 전해지는 것이 거의 없고, 부여는 고구려에 의해, 백제와 고구려는 당나라와 신라에 의해 철저하게 역사가 파괴됐다.
 
발해는 거란에 멸망하면서 그 역사기록이 대부분 소실됐고, 고려는 역성혁명으로 세워진 조선에 의해 ‘고려사’가 기록되어 많은 부분에 왜곡됐다.
 
그리고 조선은 중국에 대한 철저한 사대주의를 표방하며 앞 시대의 역사를 스스로 축소했고, 말기에 이르러는 세도정치에 의해 국가의 기틀이 무너졌다. 이런 가운데 일제는 조선을 강탈해 식민지를 합리화하기 위한 조선사편수회를 설립하고 고대사부터 왜곡하기 시작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하지만 이승만의 등장, 마지못해 설치된 반민특위를 폭력으로 없애버린 이승만 정권, 자신의 정치적 욕심으로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을 등용하면서 한국사회는 일제 강점기 마감을 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친일사관에 입각한 역사교육으로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 이병도를 앞장세워 친일사학의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기준점이 없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찬성과 반대는 근본적인 질문이 아니다. 한국사를 편찬하기 위한 기준선이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기준선이 있느냐가 먼저이다. 이 기준선은 정치적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입맛에 따라 달라 질수 없다.
 
오늘날 한국사는 아직 한국인을 대상으로 해야 할 역사교육의 기준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 기준선 정립은 먼저 조선사편수회를 이어받은 국사편찬위원회의 해체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소한 ‘이나바 이와키치, 구로이타 가쓰미, 이마니시 류’ 등 한국사 왜곡 주범들로부터 교육을 받거나 그들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은 사람들은 제외시켜야 한다. 이 세 사람을 출발점으로 하여 한국사에 일제의 관점으로 역사관을 정착시킨 사람이 이병도이다. 그러므로 이병도와 그의 제자들도 제외되어야 한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보고 다양한 견해와 논쟁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정상이다. 예를 들면 40명 정원의 강의실에서 한 강사에게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모두 동일한 대답과 평가를 내놓지 않는다. 하나의 질문에 다양한 대답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기준선을 만들어야 한다.
역사에서 보수와 진보는 정치적 보수와 진보가 아니다. 하지만 항구적인 한국사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역사적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만나 수집 가능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고대사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보편성을 가지는 역사 정리가 필요하다.
 
고조선의 재발견, 그로인해 한사군의 허와 실을 정립해야 하고, 가야 역사의 재조명과 임나일본부설의 허상을 지적해야 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기록이 부실한 부여와 발해 역사를 되살려야 하고, 고려사와 조선말기 역사, 그리고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한국사의 조명이 필요하다.
 
역사가 발생했던 사건 그 자체에 대해서는 다양성을 제고할 필요가 없지만, 사건을 통해 그 의미를 조명하는 부분에서는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즉 역사라는 시간선상에 발생했던 사건은 실체(팩트, fact)이다. 실체인 사건은 변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 사건을 놓고 사건이 역사에서 갖는 의미, 그리고 오늘날 그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조명할 수 있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사건 실체(팩트, fact)
그러면 예를 몇 개 들어보자. ‘일본이 1905년 을사늑약을 조선에 강요해 체결한 것은 사건의 실체(팩트)인가 아닌가?’ 누구나 1905년의 사건은 실체라고 인정할 것이다. 우리는 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역사에서 의미를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는 실체(팩트)이다. 이것을 부정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본질적인 질문을 인정하지 않고 이미 공중에 떠 있는 기반에 건물을 올리는 것과 같다. 해방 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반민특위를 해체시킨 것과 친일파를 대거 등용했던 것도 역사에 발생했던 실체이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가 만든 만주군관학교에서 장교로 임명되어 독립군을 토벌한 사실도 역사에서 발생했던 실체이다. 즉 없었던 사건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및 뉴라이트 단체가 봤을 때 일부 몰지각한 역사학자들이 기술했던 것이 아니다. 많은 역사기록물을 통해 이미 증명된 자료들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친일파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사구데타를 일으켜 정부를 전복한 일도 역사이다. 역사라는 시간에서 발생했던 분명한 사건이었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구데타를 혁명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할 이유가 있나?
역사에 발생했던 사건, 실체(팩트)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박근혜 정부가 시도하는 국정교과서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나? 없다. 역사에는 “만약에”라는 가정도 있을 수 없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실체를 부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군사구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그 정통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역사에는 박정희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기에 그가 대통령이냐 아니냐는 논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박정희는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는 역사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박정희가 주도했던 일명 한강의 기적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우리는 다양한 관점으로 논의할 수 있다. 한강의 기적, 즉 박정희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한 대한민국의 발전에 어떤 부작용이 발생했는지를 우리는 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정권의 정통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변할 수 없는 역사의 실체이다.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이러한 역사의 실체를 모두 인정한다면, 최소한 70~80% 가까이라도 실체적 역사사건을 인정한다면 나는 국정교과서를 인정하겠다. 교과서의 검정제가 전 세계적으로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국정교과서가 친일파를 애국자로 둔갑시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 되어가는 추세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시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매국노를 애국자로 둔갑시키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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