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육아휴직 절반도 못 쓰는 최악상황, 이래선 저출산 파고 못 넘어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을 넘어 인구지진(Age quake) 향해 쾌속 질주하는 인구재앙 경고

  • Editor. THE NEWS
  • 입력 2023.03.29 07:51
  • 수정 2023.06.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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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더뉴스=THE NEWS]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인 한국의 ‘저출산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고장난 브레이크가 아닌 아예 브레이크 자체가 없는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여실히 드러났다. 밟을수록 빨라만 가는 인구감소 전용 가속페달만 존재할 뿐이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불과 10년 만에 반 토막 치며 처음으로 25만 명(현 24만 9,031명)을 넘기지 못했다.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은 0.8명(현 0.78명)을 지켜내지 못했고,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5명(현 4.9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을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을 향해 쾌속 질주하는 인구재앙을 경고하는 전례 없는 미증유(未曾有)의 통계치만 속출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후 결혼도 줄고, 출산 연령은 더 높아지면서 저출산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2일 발표한 ‘2022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와 지난 3월 22일 발표한 ‘2023년 1월 인구동향’를 종합해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도인 2021년 26만 562명보다 4.42%인 1만 1,531명인 줄어든 24만 9,031명으로 집계됐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25만 명’마저 무너진 것이다. 출생아 수는 2015년 이후 7년 연속 줄었다. 최근 10년 동안 2015년(0.7%)을 제외하고 매년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2년 48만 명을 넘던 출생아 수는 10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30년 전인 1992년(73만 1천명)과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34.1%)으로 줄었을 만큼 속도가 가팔라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 24만 9,031명 가운데 첫째 아이는 15만 6,100명으로 무려 62.7%를 차지해 전년보다 8,000명(+5.5%)이나 증가했고, 둘째 아이는 7만 6,000명, 셋째 아이 이상은 1만 7,000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1만 5,000명(-16.8%), 4,000명(-20.7%)이 감소했다. 첫째 아이 비중은 2012년에는 51.5%로 집계됐으나, 이후 점차 커져 2021년 56.8%로 나타났고 지난해에는 60%를 넘겼다. 첫째 아이 비중이 60%를 넘긴 것은 출산 순위별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처음이다. 첫째 아이 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둘째 아이를 안 낳는다는 의미로 대한민국이 그만큼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1년 사이 0.03명이 줄어든 0.78명이다. 2018년 처음으로 1명(0.98명) 밑으로 떨어진 뒤 4년 만에 0.2명이 더 줄어든 셈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0.78명대로 떨어진 상황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2020년 기준 평균 합계출산율 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粗)출생률도 4.9명으로 전년보다 0.2명 줄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출생아 수는 물론 합계출산율, 조(粗)출생률 모두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3종 세트로 최저를 기록했다.

인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98년 처음으로 1.5명 아래로 내려가더니 2017년 1.05를 마지막 1%대를 기록한 이래 2018년 0.98명부터는 1명을 밑돌기 시작했다.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1.59명(2020년 기준)은 물론 우리나라 다음으로 낮은 이탈리아 1.24명과 비교해도 한참 낮다. 결혼 연령은 계속 늦어지고, 결혼해도 자녀 없이 신혼을 보내는 기간이 길어지는 데다, 결혼 5년 이내의 초혼 부부의 평균 자녀 수도 계속 줄고 있다. 전국에서 세종이 1.12명이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1명을 넘겼지만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여 1명을 지켜내기 힘들어 보인다. 서울은 0.5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부산 0.72명, 인천 0.75명, 대구 0.76명 등 광역 대도시 출산율이 평균에도 못 미쳤다.

아이를 낳는 여성의 나이는 갈수록 늘어나 지난해 출산한 엄마의 연령은 33.5세로 전년보다 0.2세 높아졌다. OECD 평균인 29.3세보다 4.2살이나 넘게 출산이 늦다. 통계적으로 35세 이상을 고령 산모로 집계하는데 고령 산모 비중이 2012년 18.7%에서 지난해 35.7%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해 역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갈수록 아이를 늦게 낳게 되면서 첫째 아이 평균 출산 연령은 33.0세, 둘째 아이는 34.2세, 셋째 아이는 35.6세로 전년보다 높아졌다. 엄마 연령별 출생아 수는 40~44세를 제외하고, 전 연령층에서 감소했다. 특히, 20대 후반(25~29세) 산모의 출생아 수는 6,100명이 줄었고, 30대 후반(35~39세) 산모 출생아 수도 3,600명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26일 내놓은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직장인이 절반 가까이인 45.2%였다. 이런 응답은 특히 비정규직(58.5%), 5인 미만 사업장(67.1%), 월 급여 150만 원 미만 노동자(57.8%)한테서 높게 나왔고, 세대별로는 ‘20대’에서 48.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여전히 ‘노동 약자'가 출산·육아 지원 제도에서도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육아휴직은커녕 출산휴가조차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한 직장인도 무려 39.6%나 됐다. 일과 생활 균형을 위해 법적으로 보장한 휴가인데도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불이익을 우려하여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존하는 제도조차 제대로 활용이 안 되는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임신·육아 등을 위해 노동자가 회사에 노동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로 시간 단축 청구권’도 실질적인 권리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서도 ‘임신기 근로 시간 단축제’를 활용한 직장인은 5.9%,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제’를 쓴 직장인은 6.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법으로 보장된 제도들조차도 ‘그림의 떡’으로만 남아 있는 아픈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애를 둘 이상 낳는 것 자체가 도박이 아니면 모험이라는 볼멘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젊은이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건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전형(典型 │ Typifier)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최슬기 교수는 지난 3월 22일 보건복지부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서 지난해 6월 24∼4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상적인 자녀 수를 묻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2.09명으로 1년 전 2.05명보다 0.4명이 늘어났다. 특히, 응답자들을 미혼자들로만 한정하더라도 이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 역시 1.96명으로 2명에 가까웠다. 이 결과는 아직도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싶은데 못 낳는다는 의미라 생각할 때 정부가 여건을 마련해주면 0.78명인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희망적인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응답자들이 출산율을 좌우하는 핵심 정책으로 꼽은 지원 정책은 바로 일과 삶 양립이며 직장과 가정의 병존이다.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준다.’라는 식의 보육 지원이 아니라 일하면서도 ‘내 아이는 내가 직접 키울 수 있다.’라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아닐 수 없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성의 경력 단절, 육아 독박, 가사노동 전담, 양육비 부담, 사교육비 부담 등이 출산율 저하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서울에서 맞벌이하는 청년(만 18∼39세) 양육자 중 여성이 남성보다 하루 평균 가사 노동시간은 2.3배, 돌봄 시간은 1.6배 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성별영향평가센터’ 손정연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2030 정책, 성주류화를 만나다.’ 포럼에서 ‘성인지 통계로 보는 서울 청년의 일과 삶’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10세 이하 아동이 있는 청년 맞벌이 양육자 중 여성은 하루평균 272분 직장에서 일하고 114분 가사노동을 하며, 126분 돌봄에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남성은 하루평균 근로 시간이 342분, 가사노동시간은 49분, 돌봄 시간은 80분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비교해 근로 시간은 70분 긴 반면에 가사노동과 돌봄 시간은 각각 65분, 46분 짧았다.

그동안 정부는 2006년 이후 2021년까지 15년간 저출산을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전 정부에서는 약 380조 2,000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고 하고 현 정부에서는 280조 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물론 산정기준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려 100조 원의 차이에도 둔감할 정도로 엄청난 예산을 퍼붓고도 받아 든 성과는 합계출산율 0.78명과 조(粗)출생률 4.9명이 전부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은 정책이 수요자의 눈높이와 맞지 않고 기대치에 못 미쳐 외면당하고 있다라는 반증(反證)이다. 최근 발표된 몇몇 출산·육아 관련 지표는 정부 정책이 얼마나 뜬구름처럼 국민에게 체감이 되지 않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에 가장 필요한 자원은 ‘돈’보다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짙게 드리워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무려 7년여 만에 위원장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러한 급박한 인구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회의에서 ▷질 높은 돌봄과 교육, ▷일과 육아 병행, ▷가족친화적 주거 서비스, ▷양육비 부담 경감, ▷건강한 아이와 행복한 부모를 5대 핵심 분야로 선정하고, 대통령 공약인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법으로 보장하고, 2세 미만 영아의 입원비는 무료로 전환하며, 난임 시술을 지원하는 정책이 새로 나왔다. 경력 단절이 없도록 부모의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제도를 초등학교 2학년에서 6학년 자녀까지 확대 적용하고, 신혼부부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 대상을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에서 8,500만 원 이하로 확대하는가 하면, 가정으로 찾아가는 아이돌봄서비스 공급을 지난해 7만 8,000가구에서 2027년 23만 4,000가구로 늘리고 국공립어린이집 연 500곳 확충 등 다방면의 주요 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부분 기존 정책을 확대하는 수준으로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고 불안정한 미래에 지친 M·Z세대의 냉소적 가치 기준을 바꿀 정도의 긴 호흡이 담긴 정책으로서는 충분한 공감과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함께 국민이 피부로 체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획기적·창의적인 대책이 나오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가 5년마다 진행해온 장래인구추계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할 만큼 인구정책은 국가의 존망을 가르는 엄중하고 긴요한 과제다. 역대급 최저 출산율 해소의 올바른 대책은 일자리·주거·육아·교육·이민 등 모든 국가 정책 전반을 출산·양육 친화적인 관점에서 치밀하고 촘촘한 재설계를 통하여 국가 진운(進運)의 명운(命運)을 건 범국가적 총력전을 펴야 한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질 좋은 공공 보육 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려 맞벌이 부부 등의 ‘경력 단절’ 걱정을 근원적으로 해소해야만 한다. 또한 사교육비와 집값 부담을 줄이는 등 교육·거주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외국 고급 인력의 한국 이주를 늘리고 조기 정착을 위한 지원기구(이민청)를 만들고 입국 및 영주권 부여 절차도 체계화해야 한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근본 처방을 담은 국가 인구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이고, 출산·육아·돌봄 휴가를 확대하는 한편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를 강력히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짐이나 부담이나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며 행복이 되는 사회 여건과 제도를 만들어 내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출산이 애국이라는 국민 정서를 조기 안착시키고 출산과 육아를 위해 보장된 제도 활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노사문화가 조속히 정착될 수 있도록 특단(特段)의 노력을 경주(傾注)하되, 이에 걸림돌이 되는 시스템이나 정책과는 과감히 결별하고 판을 완전히 새로 짜야만 한다. 정부는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국가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의지는 빈도가 아니라 계속이며, 열정은 온도가 아니라 지속이기 때문이다.

[박근종 칼럼니스트] 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을 역임했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더뉴스 논설 및 사설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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